2007년 08월 27일
마녀들의 망치 (Malleus Maleficarum) - 2

마녀들을 기다리며 나는 포도주를 홀짝 거렸다. 하켈이 내 트렁크에서 책 두권을 꺼내 내 옆 테이블에 올려 놓았다. 한권은 물론 성서였고 다른 한권은 성서 만큼이나 내가 소중히 여기는 책이였다. “마녀들의 망치(Malleus Maleficarum)” 라는 제목이 푸른 사슴가죽으로 장정된 표지 위에서 금박으로 번쩍였다.
성스러운 하인리히 인스티토리스, 악마와 맞서 싸우는 모든 종교 재판관들의 표상이신 그 분이 직접 저술한 책이다. 인스티토리스께서 교황 이노센트 8세의 명을 받아 저 사악한 왈덴시안 무리들을 재판하시던 그 때, 나의 스승님은 인스티토리스의 재판을 직접 보실 기회가 있으셨다고 했다.
“거룩한 하인리히 인스티토리스는 마치 금강석 같이 반짝이는 눈을 갖고 계셨다. 신의 자식들에겐 하해와 같은 은혜를 베푸셨으나, 사탄의 무리들에겐 벼락 같은 기세로 신벌을 내리셨느니.”
스승님은 늘 이 말씀을 하시며 가슴에 커다란 성호를 그으셨다. 인스티토리스는 마녀들의 항문에 지진 인두를 집어 넣는 방법을 좋아하셨다고 한다. 혹은 무쇠집게로 발목의 힘줄을 잡아 빼는 것도 자주 쓰는 방법이었다.
인스티토리스와 스승님의 제자인 나는 오늘 어떠한 방법으로 마녀를 구분해 낼 것인가. 바티칸의 도서관에는 여러 교묘한 고문 방법들을 설명해 놓은 논문들이 널려 있었다. 어떤 방법들은 고문이 아니라 사람을 산 채로 해부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정도로 복잡했다. 호기심에 종종 읽어보긴 했지만, 나는 단순한 고문들을 더 좋아했다. 참나무 몽둥이질 정도면 대부분 쉽게 입이 열렸다.
마녀들이 들어왔다. 남자 둘에 여자 둘.
촌로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저 남자는 조나스라는 이름으로 갓난아이를 잡아 껍질을 벗기고 그 기름을 끓여…”
나는 손을 들어 말을 멈추게 했다. 찬찬히 마녀들의 얼굴을 살펴봐야 한다. 악마와 계약한 자는 반드시 미간에 검은 기운이 돈다. 스승님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하시던 말씀이었다. 난 언제나 그 검은 기운을 찾아냈다.
“너!”
여자 한명을 먼저 지목했다. 서른 다섯쯤? 이미 반쯤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
“얼굴을 들어보라.”
고문은 절망시키기 위한 것이다. 처음부터 죄목을 묻고 증인을 불러 재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줄 필요는 없었다. 절망은 자백을 부른다. 역시 스승님의 가르침이었다. 난 한번도 스승님의 가르침이 어긋난 것을 보지 못했다.
“너 부터 시작하자.”
하켈이 씨익 웃었다.
# by | 2007/08/27 09:28 | 說 | 트랙백(3)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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