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항을 비판함.

김규항이 자신의 블로그에 '개만도 못한'이란 제목의 짧은 글을 올렸다. 탈레반 인질 사건을 두고 한국 교회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일컬음이다.

http://www.gyuhang.net/

/////////////////////////////////////////

아프카니스탄 일을 두고 한국 교회의 선교방식에 대한비판들이 많다. 네티즌에서부터 기자들까지. 한국교회와 그 선교방식에 대해서라면 누구보다 비판적인 나지만, 참 개만도 못하구나싶다. 사람이 꼼짝없이 죽어가고 있는데, 제 새끼가 살아오기를 기도하며 죽음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게 할소리들인가? 비판은 상황이 끝나고 상처가 아문 다음에 해도 충분하다. 우리가 사람이라면 지금 할 일은 두 가지다. 남은 사람들이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하고 그들의 가족을 위로하는 것, 그리고 빌어먹을 정부를 비판하는 것. 탈레반이 요구하는 수감자석방이야 한국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즉각철군 선언’은 해야 당연한데 그걸 안 한다. 개만도 못한 인간들,개만도 못한 정부다.

////////////////////////////////////////

일단 무사기원을 기원하고 인질들의 가족을 위로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교회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개만도 못한 인간들'이라고 비판하는 것에는 공감하지 못하겠다. 난 김규항의 팬이지만, 오히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목사들이 아프간으로 가서 자신들을 대신 인질로 잡혀야 한다는 이동복의 견해에 공감한다. (조갑제 닷컴에 올라온 기사와 내 의견이 일치하는 건 정말로 처음이다.)

김규항이 현정부에 불만 많은 것을 알겠지만 이 문제를 두고 정부를 욕하는 건 정말로 공평하지 못한 일이다. 빨리 아프가니스탄에 군대 보내서 대한민국 무서운 줄을 알게 만들어야 한다는 조갑제의 비판과 그리 다를 바가 없다. 아무리 노무현이 싫어도 그가 물 위를 걷지 못한다고 비판하는 것이 온당할 수는 없다.

정부가 내일 당장이라도 '즉각철군 선언'을 하면 인질들이 풀려날까? 정말로 이렇게 믿는 다면 김규항은 고스톱이나 포커 판에서 돈 따본 일이 없을 거라고 단언할 수 있다. 가진 패를 처음부터 풀어놓고 하는 협상이 성공적일 수는 없다. 탈레반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면 앞으로 더 많은 인질을 잡을 거라는 미국의 지적은, 아무리 김규항이 미국을 싫어한다고 해도, 옳다. 철군선언하면 탈레반이 인질을 풀어줄지도 모른다고 믿는 것은, 707특임대를 파견해서 인질 구출하자는 주장 만큼이나 철없고 순진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러니 기도하고 위로하자는 김규항의 결론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그의 비판의 방향은 너무 엉뚱하다. 탈레반은 사람을 죽였고, 인질들은 어리석게도 남의 종교 문제에 간섭했고, 교회는 탐욕에 눈멀이 그들의 양떼를 지뢰밭으로 몰아 넣었다. 적어도 이 문제에 국한해서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는 잘못한 것이 없다. 할 수 없는 일이 없으니 그들의 무능을 비판할 수도 없다.

세상에는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누구의 악함이나 어리석음을 비난해봐도 소용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교회를 비판하는 건 유일하게 사태의 핵심을 짚어내고 비슷한 일을 방지하는 건설적인 행동이다. 아프간의 인질들에게 노무현과 미국을 욕하는 일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by 데인 | 2007/08/05 06:18 | | 트랙백 | 덧글(2)

트랙백 주소 : http://dane.egloos.com/tb/50405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김형석 at 2007/08/18 07:32
정말 우리 정부와 미군이 할수있는일이 없을까요?
우리 힘으로 어쩔수 없는일이 벌어지는걸 용납하는것이 예수님이 말하는 사랑이고 관용일까요?
아무 명분없이 아프간을 점령하고 주둔하는 미군이 할수 있는일이 과연없을지
한번 생각해 봅시다.
Commented by 데인 at 2007/08/18 08:01
왜 아프간 점령이 아무 명분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아프간과 이라크는 달라요. 아프간에는 911이라는 명분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예수님이 말하는 사랑과 관용을 탈레반이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그런 건 소용없는 일이고, 도대체 우리 정부와 미군이 뭘 할 수 있다는 거죠?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