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의 도가니, 탈레반 인질 사건

세익스피어가 그랬다던가, 인생은 연극이라고.  탈레반 인질 사건은 세익스피어가 틀렸다는 걸 보여준다. 인생은 연극보다 훨씬 복잡하고, 처절하고, 한심하고, 재미없다. 연극은 인생일지 모르지만 인생은 연극이 아니다.

무엇보다 이 탈레반 드라마에는 악당과 어리석은 희생자만 존재하고 영웅이 없다. 등장인물들의 면면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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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미제국주의에 항거하는 아프간 민중의 희망으로 묘사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살인을 밥먹듯 하고 아프간 여인들을 노예다루듯 하는 탈레반은 영웅 역할에는 한참 모자란다.

인질들: 무척 착한 사람들이고 그들이 아프간에 간 동기는 순수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라는 러시아 속담이 요약하듯, 아무리 그 사람들이 착하고 순수하다 해도 그들이 한 짓이 어리석고 독선에 차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죽어 싸다"라는 폭력적인 표현을 감히 쓸 수는 없겠지만, 이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바로 이 들이다.

한국 목사들: 목사는 '양치기'란 뜻인데, 자기만 믿고 따르던 양들을 늑대 아가리 속으로 밀어 넣고도 아무런 책임을 질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이 사태를 초래한 진정한 악당이 있다면 이들이다. 인질들은 어리석었을 따름이며 탈레반은 나름대로 민족 해방이란 대의를 위해 악행을 저지를 수 밖에 없다는 치졸한 변명거리라도 있다. 한국 목사들에겐 이런 변명의 여지도 없다.

한국 정부: 이 사태의 피해자. 가지말라고 여러번 말렸다니 일단 욕먹을 거리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못나고 어리석은 백성이라도 정부에겐 보호의 의무가 있는 법인데, 문제는 한국정부가 사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

미국 (혹은 아프간 정부):  아무리 부시 정부가 못나고 밉다지만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한 것은 나름대로 정당한 행동이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아무런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어리석음의 극치였다면, 9.11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 이후 미국이 빈 라덴을 은신시키고 있던 아프간을 침공한 것을 그저 비판만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인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미국이 탈레반에 양보를 해야 한다는 것인데, 미국이 이걸 거부하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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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집단과 협상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원칙은 나름대로 합리적인 것이기에 비판만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아프간과 이라크에 상당한 병력을 파병시킨 충실한 우방국 국민 수십명이 죽을 위기에 처해있는데, 강건너 불보듯 하는 미국을 보면서 섭섭한 마음을 안갖기도 힘들다.

어찌할 것인가? 해답은 없다. 어떻게 끝날 것인지 전망은 가능하다. 인질 몇명이 더 죽고, 길고 지루한 협상 끝에 엄청난 돈과 정치적 양보를 댓가로 생존자 몇명이 돌아오며 끝날 것이다.

몇가지 교훈은 있다.

1. 착한 사람들도 험한 꼴 당할 수 있다.
2. 착한 사람들이 하는 일이 다 착한 결과를 가져 오는 것은 아니다.
3. 목사들 믿다가 큰 코 다치는 수 종종 있다. 아니 사실 매우 자주 있다.
4. 세계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서방 선진국 수준에 거의 근접한 경제력을 가진 한국 정부도 하지 못하는 일들이 아주 많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마지막 교훈.

5. 남의 종교에 간섭하지 말라.


p.s.  성경에 남들 많이 개종시켜야 천국 간다는 귀절이 있긴 한가?

by 데인 | 2007/08/03 02:47 | | 트랙백(3)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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