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들의 망치 (Malleus Maleficarum) - 끝


나는 격분했다.  하켈에게 고통을 가하도록 할까 생각했지만 아직은 물어볼 것이 많았다.


“거짓말이다. 스승님은 폴란드의 수도원에 안녕히 계시다.”


말을 하면서도 나는 그가 진실을 말하고 있음을 알았다.  니콜라스 플라멜, 나의 스승, 위대한 마녀 재판관은 죽었다.  그리스도의 평안이 스승의 영혼과 함께하길.


“너의 스승은 너에게 루시퍼의 이름을 넘겼다고 말했다. 마르가리타는 너를 유인하기 위해 이곳 시골 무지랭이 몇을 유혹해 사바스를 열었다.  네가 달군 송곳 이나 성물따위를 지는 예측하지 못했지.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쯤 화로위에서 구워지고 있는 것은 너의 몸뚱이였을 것이다. ”


“아브라함의 책을 찾는 이유가 무엇이냐. 루시퍼의 진짜 이름 따위가 무슨 소용이란 말이냐.”


“너의 신에겐 가능하지만 나의 주인은 아직 성취하지 못한 때문이다.”


“다시 한번 주님과 사탄을 비교하면 너의 목을 자르겠다.”


“마음대로 하라, 사제.”


그가 입을 다물었다.  궁금한 것은 나였고 그는 이미 절반은 죽은 몸이었다. 이길 없는 싸움이었다. 내가 패배를 인정하고 침묵을 깼다.


“그 성취하지 못한 일이 무엇인가?”


“생명을 낳는 것이다.”


생각지 못한 답이었지만 사실은 익숙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악마와 교접한 마녀들이 잉태를 있는지는 오랫동안 마녀 재판관들 사이의 중요한 논쟁거리였다. 인스티토리스의 “마녀들의 망치”에도 문제에 대해 논문이 실려 있다.


“오로지 주님만이 생명을 창조할 있으시다.  어찌 사탄 따위가 영혼을 낳을 있겠느냐.”


“영국인 사제여, 상상해 보거라. 루시퍼의 영혼을 지닌 인간들이 대지를 활보하는 광경을.”


나는 상상했다. 신만이 있는 일을 악마가 해낸다.  창조주의 유일성이 부정된다.  그것은 세상의 종말이다.


“루시퍼의 이름과 생명을 낳는게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남자는 망설였다.


“이미 세상의 시작과 더불어 결정된 일, 그대에게 말해도 변할 것은 없겠지.”


나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었다.


“루시퍼의 아들은 세상에 온다. 그것은 이미 정해진 일이다.”


이것도 놀라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성서에 엄연히 기록된 진리이기 때문이다. 계시록은 구절 구절 모조리 외고 있었다. 적그리스도는 오로지 주님 앞에 무릎꿇게 것이다.  적그리스도를 부정하는 것은 주님을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누군가 아마겟돈을 부정한다면 나는 그를 마녀로 지목하여 불태웠을 것이다.


“아브라함의 책에는 루시퍼의 아들이 언제, 어떤 이름으로 올지 기록되어 있다.”


“루시퍼의 이름이란게 고작 그것이냐?”


“어리석구나 사제여. 생명있는 것들만 이름을 가질 있다.”


그가 옳았다. 적 그리스도는 세상에 것이다. 사람들은 그를 구원자로 받아들일 것이며 적그리스도는 거짓으로 세상을 기만할 것이다.  혼란은 누가 적그리스도인지 모르기 때문에 온다.


남자는 나에게 적그리스도를 구분할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옆에 있는 하켈에게 명령했다.


“하켈, 성서를 건네다오.”


하켈이 너댓 걸음 떨어진 테이블 위에 놓여진 성서를 가져오기 위해 등을 돌렸다.  나는 하켈이 남자의 다리를 잘랐던 도끼를 집어 들고 힘을 다해 하켈의 목을 향해 휘둘렀다. 무딘 도끼는 하켈의 목을 자르지 못하고 그대로 박혔다.


하켈이 피거품을 몸을 돌렸다. 난 뒷걸음을 쳤다. 그가 나를 향해 걸음을 떼었다.  그러나 걷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몸에 경련이 일었다. 나는 오른발로 하켈의 머리를 밟고 도끼를 빼냈다.


남자가 냉소했다.


“훌륭하다, 영국인 사제.  그대가 나의 주인을 섬겼다면 크게 칭찬받았을 것이다.”


나는 도끼를 휘둘러 그의 머리에 박았다. 퍽. 회색 뇌수가 사방으로 튀었다. 천천히 얼굴에 묻은 남자의 뇌를 손으로 닦아 냈다.


마르가리타는 이미 죽어 있었다. 온 몸의 피부가 녹아 내려 있었다.  나는 탁자에서 푸른 사슴가죽 장정의 “마녀들의 망치”를 집어 들어 화로 안에 던져 넣었다.


나는 포도주 저장고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이미 새벽이었다. 내 목에는 나의 스승 니콜라스 플라멜이 직접 손으로 걸어준 작고 검은 유리병 하나가 걸려 있었다.  스승님은 그것이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히신 말씀하신 마지막 일곱 단어를 적은 양피지를 담은 병이라고 했었다.  “마녀들의 사악한 마법으로부터 재판관을 지켜주는 주님의 은총이니 소중히 간직하라.”


한번도 유리병을 열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유리병 안의 내용물이 무엇인지 이제는 알고 있었다. 루시퍼의 이름. 루시퍼가 창조하는 생명이 어떤 이름으로 언제 세상에 비밀이 유리병 안에 적혀 있다.


비밀은 권력이었다. 난 권세와 재물, 영광과 향락 모두를 약속 받은 것이다.


단, 지금 유리병을 열어도 비밀을 당장 수는 없을 것이다. 인스티토리스는 자신이 무엇을 손에 넣었는지 눈치도 채지 못했다. 스승님 또한 비밀을 풀기 위해 평생동안 연금술을 연구해야 했다.  모든 예언이 그러하듯, 루시퍼의 이름 또한 복잡한 암호일 것이고, 스승조차 암호를 제대로 풀었는지는 자신할 없었다.


연구할 시간이 필요했다. 난 영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영지로 돌아가 비밀을 풀어내야 것이다. 몇 년, 몇 십년이 걸릴 수도 있을 것이다.


남자가 옳았다. 생명을 가진 것들만 이름을 가질 있다. 지금 목에는 모든 생명의 운명을 결정할 비밀이 걸려 있다.  나는 이름을 가질 자격이 있다. 내 이름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나는 결혼할 것이고, 나의 이름을 아들에게 물려줄 것이다. 아이작 뉴턴이라는 나의 이름을.


악마의 새벽 별, 금성이 떠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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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인리히 인스티토리스 (혹은 하인리히 크라머)는 실존했던 마녀 재판관이며 1486년 “마녀들의 망치”를 출판했다.  소설에 인용된 “마녀들의 망치” 내용은 모두 실제로 하인리히 인스티토리스의 책에 나오는 것이다.


* 인스티토리스는 실제로 왈덴시안 교도들을 재판했다. 왈덴시안이란 당시의 이교도 집단이었다.


*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은 실제로 평생동안 연금술과 성서를 연구했다. 그는 그리스도의 재림이 2060년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 중세 유럽에서는 연고 형태의 환각제가 유행했다.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마녀의 이미지는 환각 연고를 봉에 발라 민감한 여성의 부분에 문지르곤 했다는 여성들의 환각제 사용에서 비롯된 것이다.


* 재판받을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마녀라는 논리는 실제로 “마녀들의 망치”의 중요한 부분이다.


* 십계명에도 하느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지 말라고 되어 있지만, 예루살렘의 유태교 대신전에는 하느님의 이름이 비밀리에 보관되어 있었다고 한다. 로마군이 예루살렘을 불태웠을때 이름도 소각되어 사라졌다.


* 니콜라스 플라멜은 실존했던 프랑스인 연금술사다. “해리포터와 철학자의 돌” 에 나오는 덤블도어의 친구가 바로 니콜라스 플라멜이다.  그는 원래 서점 주인이었는데 우연히 구입한 “유태인 아브라함의 책”에서 연금술의 비법을 발견해서 일반금속을 금으로 바꾸고 생명의 영약을 만들 있는 ‘철학자의 돌’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그는 일기장에 금을 만들었다는 기록을 남겼다. 파리에는 그가 살았던 집이 아직도 남아 있다. 니콜라스 플라멜의 집은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집으로 알려져 있다.


* 실제로 마녀재판과 왕권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었다는 연구가 있다. 반드시는 아니지만 왕권이 강력하게 미치는 곳에서는 상대적으로 마녀재판이 드물었고 강도도 낮은 편이었다. 영국의 경우 마녀 재판에는 30명이 넘는 재판관이 동원되었고 공식적으로 사형된 케이스는  81명에 불과하다.


* 마르가리타란 이름은 러시아 소설가 불가코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에서 인용한 것이다. 이 소설 역시 마녀를 다루고 있다.


* 하켈이란 이름은 “니벨룽의 반지”에 나오는 기사 “하겐”을 살짝 변용한 것이다.


by 데인 | 2008/10/05 21:11 |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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