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05일
마녀들의 망치 (Malleus Maleficarum) - 14

“무, 무얼 달라는 거냐”
“아브라함의 책에서 찢겨나간 내 주인의 이름.”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며 남자는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섰다. 나를 쏘아보았지만 그의 ‘눈의 마법’은 무슨 이유인지 나에게 통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아직 나에게 기회가 있을 지도 모른다.
벽에 붙여진 탁자 위에서 인두로 쓰기 위해 가져다 놓은 쇠꼬챙이 하나를 집어들었다. 죽을 힘을 다해 남자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 검은 머리의 남자는 손쉽게 쇠꼬챙이를 빼았더니 그것으로 내 무릎을 갈겼다.
“아악”
육체적 고통이 처음인 것은 아니었다. 견습 수도사 시절 무수히 회개의 채찍을 내 몸뚱이에 휘갈겨 본적은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거의 20년 전의 일이다. 나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뼈는 상하지 않은 것 같았지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몰려들었다. 나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살려 다오.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주마. 돈을 원한다면 저 궤짝 안에 얼마든지…”
나는 손을 모아 빌었다. 살아나야 한다.
휙.
쇠꼬챙이가 다시 허공을 가르고 내 입을 정통으로 때렸다. 나는 차가운 돌바닥에 누워버렸다. 입안은 피와 이빨 조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일어나라, 영국인 사제. 무릎 꿇어라.”
필사적인 힘으로 나는 몸을 일으켰다. 무릎을 꿇었다.
“살려 다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내 주인의 이름을 내놓아라.”
남자의 붉은 눈이 사납게 빛났다.
“난 그런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
오늘 밤 난 여기서 죽을 것이라는 강한 절망감이 밀려왔다.
남자가 한 손으로 거칠게 내 멱살을 잡았다. 엄청난 힘이었다. 손쉽게 내 몸 전체를 들어 올려 벽에 밀어 붙였다. 내 척추에 강한 충격이 왔다. 이제 마지막 순간인가.
“내 놓아라, 사제.”
그때, 그 남자가 잡고 있던 내 사제복 안에서 무엇인가 바삭 하고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의 표정이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성물을 가지고 있었구나.”
남자는 손을 놓고 뒷걸음질을 쳤다. 나는 바닥으로 미끌어져서 간신히 기태어 앉았다. 남자의 오른손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나는 내 가슴을 만져보았다. 성 안토니오의 손가락이 부서져 있었다. “마녀들의 망치”의 가르침이 날 살린 것이다.
불길은 점점 맹렬해졌다. 남자는 미쳐 날뛰었다. 불길은 이제 두 팔 모두를 태우고 있었다. 한 구석에 물이 가득 담긴 통이 있었다. 통을 발견한 남자는 팔을 통에 담궜다 빼냈다. 불은 오히려 더욱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남자는 무엇인가 입 속으로 빠르게 외우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마법도 소용 없는 듯 불은 여전히 맹렬했다.
# by | 2008/10/05 21:07 | 說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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