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들의 망치 (Malleus Maleficarum) - 13


남자의 목소리였다.  어린아이와 어른의 목소리가 뒤섞인 같은, 묘하게 고저 장단이 뒤틀려 신경을 긁는 목소리.


심문장에는 사람 뿐이었다. 유일한 입구는 안에서 잠겨 있었고, 누가 들어온다면 눈치 못챌 없었다.


“누구냐?”


목소리에 떨림이 섞여 나오는 것을 어쩔 없었다. 동시에 하켈과 나는 목소리가 들려온 심문장 어두운 구석으로 몸을 틀었다.


아무도 없었다.


잠시 심문장은 침묵 속에 빠졌다. 마르가리타의 잦아드는 신음 소리뿐.  녹아버린 피부 속에서 삐져나온 그녀의 뼈가 하얗게 열기 속에서 백열하고 있었다.


구석의 어둠 속에서 무엇인가 움직였다. 하켈과 나는 반사적으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거대한 한마리였다.  어느새 가로챘는지, 마르가리타의 잘려진 손가락을 입에 물고 있었다. 회색 수염에는 피가 덕지 덕지.


아, 무언가 잘못된 것이 있었다.  나는 한번 “마녀들의 망치”의 가르침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마녀들은 짐승의 형상으로 변신할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거대한 회색 쥐가 갑자기 무더기 연기로 변했다. 내 눈앞에서 연기는 점점 커지더니 인간의 형상으로 변하고 있었다. 도망가야 한다. 하켈과 나는 쪽으로 뛰었다. 연기는 우리보다 빨랐다. 우리를 앞질러 문을 막아 섰다. 비칠 비칠 뒤로 물러섰다.


어느새 연기는 인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벌거벗은 남자였다. 온몸은 상처와 더러운 털로 뒤덮여 있었다. 삐죽 삐죽 튀어나온 수염, 헝클어진 검은 머리. 인간의 것이 아닌 붉은 눈동자.  아직도 입에는 마르가리타의 손가락이 물려져 있었다.


우적 우적, 그 남자, 아니 괴물은 손가락을 씹어 삼켰다.


“니콜라스 플라멜의 제자여”


경악에 입이 벌어졌다.


“인스티토리스가 훔쳐간 것을 내놓아라.”


남자는 죽어가고 있는 마르가리타에는 눈길 한번 주지 않은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무언가 뒷목에서 이상한 느낌이 흘렀다. 아까 마르가리타가 나를 바라보았을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것이 기억났다.  

‘재판관들은 마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아서는 안된다. 마녀들은 시선을 마주치는 것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법을 부릴 있다. 재판관들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 마녀들이 재판관을 쳐다보지 못하도록 항상 주의해야 한다.’ “마녀들의 망치”에서는 이것을 경고하고 있었구나!


남자의 입이 일그러졌다. 웃고 있었다.


“과연, 네가 갖고 있구나. ‘눈의 마법’이 통하지 않는 것을 보니 알겠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네 정체를 말해라 마법사.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심판을 행하는 재판관에게 무례를 범하지 말라.”


간신히 쥐어짠 목소리였다.


“플라멜의 제자여. 그대에게 해를 입힐 생각은 없다. 인스티토리스가 플라멜에게 맡긴 물건, 플라멜이 그대에게 전한 물건을 내놓으면 그대는 내일 아침 햇볕을 있을 것이다.”


“하켈, 저 남자를 포박해라.”


하켈이 몽둥이를 집어들고 떨리는 걸음으로 앞으로 나섰다. 검은 머리의 남자가 하켈을 노려보았다.


“하켈, 눈을 바라보아서는 안된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하켈이 이상 걸음을 떼지 못했다. 하켈은 몽둥이를 바닥에 버리고 자리에 주저 앉았다. 멍한 눈빛으로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녀들의 망치”의 경고를 무시한 댓가였다.


남자는 웃으며 탁자 위의 “마녀들의 망치”를 손짓으로 가르켰다.


“저 책을 제대로 공부했구나. 그러나 인스티토리스는 단순한 좀도둑이었다.”


남자가 걸음 다가섰다.


“물건을 내놓아라.”

by 데인 | 2008/10/05 21:04 |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dane.egloos.com/tb/207268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